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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막의 햇볕은 뜨겁다. 앞이 보이지 않아도 살갗에 닿는 열기가 아침을 알려 왔다. 해가 서서히 뜨는 것처럼, 정신도 서서히 잠에서 깼다. 푹 쉬기만 하는 편한 잠자리는 이런 상황이라도 사람을 해이해지게 하는 법. 원래라면 정신을 차리기에 시간이 더 걸리고도 남겠지만. 귓가에 웅웅 희미하게 울리는 말소리가 정신이 들기를 빠르게 부추겼다. “-라니깐...

사흘이 지났다. “정말 같이 갈 생각 없어?” “지금은.” 고양이 같은 눈을 반짝거리는 머라이어는 가벼운 차림이었다. 제 짐을 옆의 녀석에게 다 떠넘긴 채 후드 하나만을 뒤집어썼다. 처음 봤을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복장이라고 할까. 문득 그 사막에서의 밤이 생각나 시저는 피식 웃어 버렸다. “이런 녀석이야 제 발로 가라지.” 홀 호스는 대놓고 투덜거렸다...

가짜 신부 완결 후 후일담

자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건 당연하다. 시골 구석에서만 지낸 몸이지만 스스로 예쁘다는 걸 안다. 고운 금발에 하얀 피부. 크게 꾸미지 않아도 반짝이는 외모야말로 얼마 안 되는 가진 것 중 자랑할 만한 것이다. 아름답다느니 반했다느니 하는 말도 지긋지긋하게 들었다. 눈을 휘어 웃어 주면 화내던 표정도 누그러졌다. 어쩌다 제게 반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...

자신이 착각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. 시저는 꼭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굴었다. 해 봤자 이전의 이야기나 물을 뿐 어디를 갈지, 무엇을 할지 말해 주지 않았다. 머무르겠다는 이야기 대신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. 그런데 그 끝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겠다는 말이라니. 물론 시저의 연락이라면 환영이다. 계속 있어 주는 건 당연히 기쁘다. 그것과는 별개로...

스탠드란 건 신기한 개념이었다. 아무나 다룰 수 없다는 건 파문과 같았지만, 나머지는 전혀 달랐다. 똑같이 스탠드를 다루는 스탠드사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것이나, 역시 스탠드사로서 스탠드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이나. 원리가 같고 응용에 따라 갈리는 파문과 다르게 원리는 알기 어려우면서 온갖 불가능한 일을 실현해 준다거나. ...

“죠죠! 이제 넌 이렇게 말하겠지, ‘안 가고 나랑 같이 있을 거지?’.” “흐응, 조금 비슷했어.” 죠셉은 실실 웃었다. “조금 비슷한 건 뭔데?” “시저는 당연히 나랑 같이 있어 줘야지!” “넌 사람한테 부탁하는 방법도 모르냐!” 와락 짜증을 내는 시저의 뒤쪽에서 소곤소곤한 목소리가 들렸다. 가위바위- “-보! 아앗!” “크으, 이겼다! 죠타로, 패배한...

시저는 남자, ‘디오’와의 대화로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을 알 수 있었다. 가령 눈앞의 ‘디오’가 100년을 넘게 살아온 흡혈귀라거나, 그 100년 전부터 죠스타 가에 있던 원한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거나. 지금은 ‘시저’가 죽은 지 50년 가까이 지난 후라거나. 처음 디오가 누군지를 들으며 놀랐던 일은 뒤의 이야기를 듣게 될수록 정말 별게 아닌 일이 되어 ...

죠타로 일행이 시저를 만난 건 병실 앞에서였다. 죠셉을 방문하기 위해 다 같이 향한 병원 앞에서 그들은 간호사의 일을 돕고 있는 한 남자를 마주쳤다. 간밤에 갑작스럽게 몰린 환자로 물품을 옮길 일손이 부족해 도와주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폴나레프는 자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. 여성분을 같이 도와야 한다는 소리를 해 대며 합류한 폴나레프의 옆을 한숨과 함께 ...

지나온 성은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말보다 고풍스럽다는 말이 어울렸다. 하지만 그 성조차 지금 도착한 저택에는 비할 수 없었다. 어둠 속에 놓여 있는 저택은 들어선 걸음걸음마다 감탄할 것투성이었다. 세월의 흐름이 예술품처럼 보이는 우아한 촛대라거나, 새겼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한 무늬의 벽 장식이라거나.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는 무채색임에도 불구하고 화려...

죽음을 실감하고 눈을 뜨니 몇십 년이 훌쩍 지난 이집트였다. 시저가 해 준 말은 더없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연속이었다.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현실 같았다. 현실은 세상에서 비현실성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. 나이가 들며 알게 되는 일이 있다. 개연성 같은 걸 따지는 건 소설에서나 하는 일이라는 걸. 그렇게 생각했지만 순순히 납득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....

시저가 눈을 떴을 땐 두 손이 강하게 뒤로 묶여 있었다. 그뿐만이 아니라 몸 또한 왠지 묶인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. 어디에도 몸을 묶은 줄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데. 시저는 자리에서 움직이기 위해 끙끙대다가 간신히 고개만을 들었다. 쳐다본 하늘은 사막의 탁 트인 곳이라기엔 더없이 삭막한 곳이다. 차곡차곡 쌓인 회색의 돌 천장이라니. 시저 체펠리가 있는...

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죠셉은 제일 먼저 제 귀를 의심했다. 몇십 년 동안 잊을 리 없던, 잊을 수 없던 목소리였다. 조금 흐려졌다 싶으면 약이라도 올리듯 꿈에서까지 찾아오던 그 목소리. 그랬기에 죠셉은 순간 생각했다. 자신이 그새 잠이 들어 꿈이라도 꾸나 보다 하고. 저도 모르게 웃음이 풀썩 흘러나왔다. 정신과 육체가 상호적인 관계라는 건 이 나이쯤 ...